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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트

더 늙기 전에 배에 왕자 한 번 새겨보기.txt


오랜만에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다가

글 쓴지 6개월 후에 붙은 댓글에 제 글을 참조하셔서 30kg을 빼셨다는 내용을 보고, 안 그래도 장기간의 체중조절 후기를 좀 써볼까하던 마음에 불이 붙어 또 끄적거리게 됐습니다.   

 

우선 30kg 감량하신 것 축하드립니다. 세상에... T25로 30kg을 대자연으로 돌려보내셨을 님의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허헛...  

 

제 예전 글들을 보셨다면 아시리라 생각되나 다시한번 언급 드리자면

전 전문적인 트레이너도 아니고 영양학 관련 학사 이상의 소유자도 아니며 관련 업계를 통해 이윤을 얻어 먹고 사는 직업에 종사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이러다 죽지" 싶어 중학교 이상 정도의 생물학 지식과 상식만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체중관리 방법을 정하고 실천한 결과를 올리기만 했을 뿐입니다. 

(클리앙의 전투력 강한 수 많은 전문가 분들과 싸우고 싶지 않아요... ^^)  

 

제가 첫 글을 쓴게 체중조절을 시작한지 11주 무렵이었습니다. 

그 당시 83kg에서 72kg까지 감량을 했고 그 이후에도 관리를 계속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예전 글들을 보니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됩니다.   

 

물론 그 당시 올린 글에 크게 틀린 부분이 있는 건 아니나 (그랬다면 이미 댓글로 한바탕 전투를 치렀겠죠 ^^)

그 당시 (죽고 싶지 않아서) 썼던 단기 체중조절 과정에 대한 내용과 나름 장기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바라보는 제 개인적 느낌이 좀 달라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뭐가 다른고 하니...    

 

 

1. 체중조절은 내 몸의 균형을 깨어나가는 과정이 아니었어요.  

 

사실, 예전 글을 썼던 11주 정도의 후기는 내 몸의 균형을 깨어나가는 과정을 적은 것이 맞습니다.

그런데 시간을 길게 늘여보면 전혀 다른 과정이 됩니다.  

다이어트는 현재 내 몸의 균형을 다른 형태의 균형으로 바꿔가는 과정이 맞는 것 같아요.   

 

말 장난 같겠지만 사실 이 두가지 마음가짐의 차이가 큽니다.   

 

내 몸의 균형을 깨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단기간에 극단적인 식이요법으로 깨어버리면 그만입니다.

당장 보이는 효과도 클거에요. (몸의 변화도 크고, 금방 막~ 건강해진 느낌도 들고, 어지럽기도하고, 멘탈도 깨지고,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예를 들어,

제가 아는 어떤 분들은 소위 디톡스라는 걸 하시는데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처참한 식단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냥 남의 밥상을 봤는데 내가 배가고파져... 막~)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우리 몸을 얕보지 마세요.

2-3일 디톡스해서 10kg씩 독소와 지방이 몸에서 빠져나갈 정도로 우리 몸이 그렇게 비 효율적으로 운영되지 않습니다.

(뇌속에 독소가 많은 사람들은 많습니다만...)

당신의 식단을 보세요. 살고자 발버둥치는 당신의 몸뚱이가 얼마나 애처롭습니까. ㅡㅡ;;;

내가 당신의 몸이라면 그런 2-3일 가량의 북한군 코스프레가 반복되면 그 2-3일를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 들어온 음식을 악착같이 복부에 모아둘 계획을 당신 몰래 새울겁니다. 

(개인적으로 적금든다고 명명한 프로세스)  

 

당신의 생명을 담고 있는 몸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현명하다는 것, 제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년 반 가량의 관리 후 깨달은 점 중의 하나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식단대로 평생 먹지 못한다고 생각되면 그냥 밥상 엎어버리세요.

그저 몸만 혹사당할 뿐입니다.  

 

지금 (어떤 형태든)균형이 잡혀있는 당신의 몸이 마음에 안 든다면 무언가를(대부분은 식사량입니다) 장기간에 걸쳐 변화시켜야 당신이 원하는 형태의 몸으로 변화한 후 균형을 잡아갈겁니다.  

 

그게 최소 6개월 이었던 것 같습니다.

최소 6개월은 유지를 해야 몸과 마음이 그 변화에 적응한다는 말입니다.   

 

대신 일단 다른 균형으로 넘어만 가고 나면 생각보다 체중조절이 수월합니다. 

예전의 균형상태에서, 밥 며칠 굶어서 3-5kg 빼고서 다시 얼마후 예전 몸무게로 환원되었다면

이제는 명절에 폭식 좀 해서 똑같이 몸무게 늘어도 다시 줄어듭니다. 

그 만큼 먹는 것, 체중이 늘어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죠.  

 

다만 이 새로운 균형으로의 이동에 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2. 먹는 것 - 쓰는 것 = ?  

 

사실 고민할 것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내가 먹은 것 중에 쓰고 남는 만큼 저장될 것이고 모자르면 몸에서 빼서 쓰게 되는거죠.  

 

그러니 방법은 딱 두가지뿐 입니다. 

1) 적게 먹거나

2) 많이 쓰거나   

 

그런데 제가 느끼기엔 적게 먹는게 답입니다. 

"그럼 그게 안먹어서 살 빼라는 말 아니야?" 라고 하시겠지만 조금~ 다릅니다. 

 

왜 먹는것에 연연하게 되었느냐 하면 2) 많이 쓰기가... 너무 힘들기 때문입니다.   

 

'많이 쓰기'를 한번 생각 해 봅시다. 

"근육을 늘려서 기초대사량을 늘려, 그럼 먹어도 살 안쪄."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합니다.   

 

우리 몸의 기초대사량 비율을 보면 말이죠. 

간 27%

뇌 19%

심장 7%

신장 10%

근골격 18%

기타 19%  

 

근골격이 사용하는 기초대사량은 18% 뿐입니다.

기초대사량을 늘려서 먹어도 살이 안찌는 체질을 만들려면 사실 뇌와 간을 혹사시키면 됩니다. (술먹으며 공부해서 살빼기??)

아니죠, 기초대사량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소모되는 것이니 뭔가를 해서 뇌와 간을 늘리면 되겠군요. (진화?)

내가 죽도록 땀흘려 늘린 근골격이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쓰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기타는 뭐냐? 기타는??)  

 

"알았어, 그럼 기초대사 말고 활동대사를 늘리면 되겠군!!" 하지만...  

 

얼마전 이 쪽(제가 미국에 있습니다.)에서 작은 이슈가 된 것 중 하나가 운동이 오히려 체중조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는 뉴스였습니다.   

 

내용을 요약 해 보면

1) 니가 생각하는 것 만큼 운동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많지 않아

2) 생각해 봐, 콜라 한 캔 마신 걸 다 쓰려면 1시간을 빠르게 걸어야 한다고

3) 그런데 넌 운동을 하고나면 더 배고프고 그 만큼 많이 (처)먹잖아

4) 그러니까 먹는 걸 줄여. 운동은 체중조절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한거야.  

 

수영선수들 처럼 하루 1만 kcal이상 쓸 수 없으면 먹는 것을 지금처럼 유지하면서 운동만으로 체중을 조절할 생각은 하지도 맙시다.

 

"죽을 때까지 먹는 양을 조금씩 줄여나가자" (일단 당장은 좀 많이 줄이고...)가 제가 개인적으로 정한 장기 목표이고

이를 조금 아름답게 표현해서 "음식을 즐기면서 먹자"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시작했던 것이 뱃통 줄여보기 프로세스였고요. 그건 제 예전글을 참조하시면 됩니다.       

 

 

3. 그럼 운동은 안해도 되는거임?  

 

운동에 대한 생각을 조금 바꿔 봅시다.

이를 위해선 균형의 관점에서 우리 몸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글리코겐이니 ATP니 하는 용어들은 잊어버리고 저는 그냥 예금과 적금으로 부릅니다.   

 

우리몸에서 쓰고 남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방법이 이 두가지 입니다. 

저장했다가 금방 빼서 써야 할 때 예금의 형태로 근육과 간 쪽에 저장하게되고

예금에 저장하고 남은 것 또는 나중에 써야겠다고(쓸 기약이 없다고) 생각되는 것은 피부 밑이나 내장, 복부에 저장하죠.  

 

우리의 몸은 항상 우리의 생존을 1순위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자식은 뭘 이렇게 많이 움직이는지 맨날 예금이 부족해?" 라고 몸이 느끼면 생존을 위해 들어오는 음식물들은 일단 예금형태로 바꾸려고 할것이고

예금이 넘치는데 계속 입금이 되면 역시 생존을 위해 열심히 적금쪽으로 옮겨두겠죠.  

 

제 기준에서 운동의 역할은 딱 여기까지 입니다. 

"운동은 우리몸이 적금보다는 예금에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것."  

 

예전 글을 썼던 감량을 목표로 운동할 때의 그 역할은 적금을 깨기 위한 (지방을 빠르게 소모하기 위한)것이죠.

따라서 적금을 깨는 과정에 맞는 운동을 선택적으로 해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만족할 만한 감량을 한 후, 이 균형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기 위해서의 그 역할은 위의 말대로입니다.  

 

그러려면 어떤 것이건 취미로서의 운동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언급드렸던 T25, P90X 같은 운동을 계속 해도 당연히 좋지만 운동이란게 질립디다.

그래서 뭔가 더 재미난 운동을 찾기위해 고민하게 되는 때가 요즈음 입니다.       

 

 

4. 그래서 지금은 뭐하니?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제 몸무게는 67-71를 왔다갔다 하고 있습니다. 

배에 왕자를 새겼는냐? 네 새겼습니다. 아니지... 새겼었습니다. 

(더 늙기 전에 배에 王자 "한번" 새겨보기 였지, "王자 새겨두기"는 아니었지 말입니다.)  

 

배에 王자 새겨져 있는 상태. 유지하기도 쉽지 않고 이게 진정 내 몸에 이익이 되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내 몸을 내가 마음먹은 만큼 건강하게 변화시켜 유지하고 있다. 라는 점이 주는 삶의 만족감이 남다릅니다.  

 

지금은 T25, P90X는 시간이 정말 안 날때 아주 가끔씩 즐기고 있고 (그렇게 많이 했어도 여전히 힘들어 이 놈들은...)

다른 목표가 생겼습니다.   

 

철인 3종 경기 완주! (물론 풀코스는 아닙니다. 그 사람들은 철인이 아니예요. 탈 인간 부류입니다. 제 기준에는 말이죠)

올림픽 기준 코스 완주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장 자신없는 수영부터 시작을 했고 일단 마무리 되었네요. 

다음은 달리기 인데 슬슬 겁이 좀 납니다.  

 

이렇게 제 목표를 나름 대중앞에 밝히고 나면 빼도박도 못하니 겁이 나도 더 열심히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중에 완주를 하게되면 또 후기를 한번 써 볼까도 생각 중입니다.  

 

이제 이번 달에 만 40살이 됩니다. 30때는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만큼은 더 살 수 있을거란 확신 같은게 있었는데

이제는 그걸 장담 할 수가 없는 나이가 되었네요.   

 

내가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적다는 사실은 사람을 참으로 겸손하게 만듭니다. 

지금 처럼 나름의 작은 목표를 새우고, 지키고, 이루어가는 과정에서 오는 기쁨을 조금 더 자주 느꼈었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을 해 봅니다.   

 

오늘도 다들 힘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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